한국어 교육의 다양한 접근법
외국인에게 한국어를 가르치기 위해서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지 처음에는 막막할 수 있다. 아이가 말을 배우듯이 쉬운 단어와 짧은 문장부터 가르쳐야 할지, 한국어의 어순부터 가르쳐야 할지 말이다. 이것은 교사의 성향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말하기, 쓰기, 듣기, 발음 교육에 있어서의 중요도도 다 다를 것이다. 따라서 다양하게 시도되었던 교수법들을 살펴보면서 각 교수법이 가지고 있는 특징을 알아보고 이를 한국어 교육에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살펴보고자 한다.
문법 번역식 교수법
교수법 중에서는 가장 오래된 역사를 가지고 있는 것이 문법 번역식 교수법이다. 우리가 흔히 학습을 생각할 때 선생님이 앞에 있고, 학습자들이 교사를 보고 지시에 따라 수업을 받는 일반적인 수업 환경에서 이루어지던 것이 문법 번역식 수업이다. 과거 라틴어와 그리스어를 교육할 때 주로 사용되면서 역사가 오래되었다. 최종적으로는 모국어를 외국어로 번역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문법 번역식 교수법의 목표였다.
문법 번역식 교수법은 장단점이 명확하다. 장점은 학습자들이 외국어의 문법 체계를 이해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고, 그 나라의 문학 교재를 이해하는 것이 목표일 경우 그 효과가 굉장히 뛰어나다는 것이다. 또한, 문법 체계를 학습했으므로 문장 구도 습득이 뛰어나고 번역 능력까지 갖출 수 있어서 학습자가 굉장히 능동적인 성격을 가진다. 아무래도 교사가 중심이 되어 수업을 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수업 통제에 수월하고 학생수가 많은 교실에서도 지도가 가능하다. 반면에, 문법적 능력을 뛰어난 반면 말하기 능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 또한 어려운 지문을 반복적으로 학습해야 하기 때문에 수업에 지루함을 느낄 수 있고 좌절감도 빠르게 느낄 수 있다. 교사 중심적 수업인 만큼 학생들이 수동적인 존재가 될 수 있으며 교사와 학생 간의 소통이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직접식 교수법
앞서 말한 문법 번역식 교수법에 대한 반발이 19세기 중엽이후 시작되었다. 유럽인들 사이에서 의사소통이 중요해지면서 더 이상 규칙을 강조하는 문법번역식 교수법으로는 의사소통 능력을 향상시킬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음성학이 발달하면서 구어와 문어의 차이에 대한 인식이 새로워졌고, 각 언어마다 특별한 구조체계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 발견되면서 외국어와 직접적인 접촉을 통한 교수법이 의미 있다고 여겨졌다. 교사는 문법 설명보다는 학습자들이 교실에서 외국어를 직접 사용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제공해 주고, 격려하면서 자연스럽게 학습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직접식 교수법의 장점은 말하기, 듣기 등의 의사소통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교사와 학생 간의 의사소통이 활발해지면서 수업이 재미있고 자연스러운 분위기 형성이 가능하다. 시청각 자료를 많이 활용하면서 학습자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고 어느 정도 단계를 넘어서면 학습자의 발화능력이 눈에 띄게 발전한다. 단점으로는 외국어 학습자들과 원활한 소통이 가능한 외국어 능력을 갖춘 교사를 찾기가 쉽지 않다. 어휘나 문법의 체계가 상대적으로 부족하며 모국어를 절대 사용하지 않고 의미를 파악해야 하는 활동이나 문법 학습에 들어갈 때에 어려움을 느끼는 학습자들이 많을 수 있다.
청각구두 교수법
직접식 교수법은 유럽에서 주목을 받았지만 미국에서는 여전히 문법 번역식 교수법이 널리 사용되고 있었다. 하지만 제2차 세계대전이 일어나면서 미국인들도 외국어를 사용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고 독일, 이탈리아, 일본 등 다양한 나라들과 싸우기 위해서는 그 나라의 언어를 학습해야만 했다. 그래서 이 당시에 미국 군인을 대상으로 외국어를 가르치는 과정이 생겨났는데 이 당시에 군대 교수법(Army Method)이라고 불리기도 했다. 실제 현장에서 사용해야 하는 언어를 배워야 했기 때문에 문법이 아닌 발음, 의사소통 위주의 학습이 이루어졌다. 이 영향을 받아 청각구두 교수법이 생겨나게 되었다.
청각구두 교수법의 장점은 문법 설명을 최대한 자제하기 때문에 초급 학습자에게 매우 적절한 수업방식이다. 구두 연습 중심으로 말하기와 듣기 능력이 탁월하다. 또한, 체계적이고 반복적인 연습을 통해 학습자가 언어구조를 철저히 익힐 수 있으며 단계에 따라서 적절한 자료가 제공된다. 하지만, 단순히 제한된 환경 내에서 사용하는 언어들을 습득하다 보니 실제 언어 능력으로는 이어지지 않는다는 단점이 있다. 또한 기계적인 반복으로 장기적으로 봤을 때에는 언어 흥미가 감소될 수 있고, 학습 의욕을 상실할 수가 있다. 청각구두 교수법은 기계적인 문장 반복연습에 집중하기 때문에 외국어 학습의 본래 목적과 멀어진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하지만, 현재까지도 많이 사용되고 있는 교수법 중의 하나로 청각구두 교수법이 가지고 있는 장점은 분명하다.
침묵식 교수법
언어 학습에 있어서 교사 중심의 일방적인 전달로는 학습자의 능력 향상에 한계가 있다고 보고 심리학 중심의 새로운 교수법이 탄생했다. 학습자와 교사의 상호작용을 중시하고, 학습자와의 인간관계 형성, 학습환경을 친근하게 조성하면서 학습자가 느끼는 심리적 부담감을 덜어주면서 학습 효과를 높이는 이른바 침묵식 교수법이 탄생했다. 학습자에게 지나치게 말하기를 요구하지 않고 교사가 최소한으로 설명을 해나가면서 학생들이 스스로 언어를 깨우치도록 하는 것이다. 즉, 교사의 간섭을 최소화하고 학습자들의 안정감은 최대화시키는 것이다.
교사가 발언을 최소화하기 때문에 학습자의 자기주도 학습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학습자가 스스로 인지하고 행동하면서 언어 습득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기계적인 주입식보다 기억력이 오래갈 수 있다. 채색표나 색막대 등 시각적 도구를 활용하면서 학습자의 집중력을 향상시킬 수 있고 발화에 대한 부담감을 덜어줄 수 있다. 다만, 학습 효과를 높이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릴 수 있다. 시각적 자료가 필수적이므로 교수에게는 수업 준비에 부담이 될 수가 있고 추상적인 단어에 있어서 이해력이 떨어지기도 한다. 교사와 학생 간의 상호작용이 부족하기 때문에 여기에서 발생하는 효과들은 기대하기 힘들다.
집단 언어 교수법
CLL(Community Language Learning)이라 불리는 집단 언어교수법은 Curran 이라는 상담 전문가에 의해 개발된 교수법이다. 교사는 상담자, 학습자는 내담자가 되어 교실에 있는 학생들을 상담이 필요한 집단으로 보는 것이다. 따라서 교사는 학생들의 모국어와 목표어가 모두 유창한 사람이어야 한다.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자면, 학생이 하고자 하는 말을 교사에게 모국어로 질문을 하고 교사는 이를 다시 목표어로 바꾸어 말해준다. 학생은 이를 모방하여 반복하고 이를 녹음해 두었다가 다시 들려주는 방식을 반복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학생들은 자기의 의사를 계속해서 표현하면서 원하던 표현을 배울 수 있고 스스로가 학습 교재를 만들어 나간다는 생각에 학습 의욕이 향상된다. 기존에는 교사가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입장이었다면, 학생 스스로 원하는 내용을 배울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집단 언어교수법의 장점은 학습자의 생각을 우선시 하기 때문에 친밀한 분위기가 형성되어 응집성이 강하게 형성될 수 있다는 것이다. 권위적인 관계가 아니라 학생들은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의사표현을 할 수 있고 실수에 대한 걱정보다는 녹음 파일을 통해 본인의 오류를 깨닫고 교정할 수 있다. 학습자가 원하는 주제를 사용하기 때문에 흥미가 생기고 고급 학습자들의 토론 수업에서 매우 유용하게 활용된다. 하지만 이 모든 수업이 원활하게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교사가 이중 언어를 완벽하게 구사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학습자들의 모국어가 다양할 경우 집단 언어 교수법의 적용이 어렵다는 단점이 있고, 학습자들의 언어 능력과 성향을 모두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 녹음을 활용한 수업방식이 학습자에게 반대로 부담으로 작용할 수도 있고 교사의 입모양이나 몸짓, 손짓 등을 모방하기가 어렵다. 이러한 교수법을 완벽히 숙지하고 있는 교사를 확보하는 것도 어려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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